C대학 A학과에서는 기기의 공동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연구원생들, 대학원생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연구실험실을 개방하였고, 기기 및 장비들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고가장비들은 각 실험실에 소속된 대학원생들로 책임자를 선정하여 관리하도록 하였고, 기기들은 실험자들이 필요시마다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편리하게 원활하게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기기들은 점차 고장이 나기 시작하였고, 고장 난 기기로 인해 시급하게 사용해야만 하는 연구원들의 손발이 묶이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게 되었다. 또한 고장이 난 걸 발견했거나 아니면 고장을 낸 경우에 조차도 그것을 고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알리지도 않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담당 관리책임자인 대학원생들도 각자의 실험하기도 바빠서 기기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날이 실험실 기계들은 고장 난 채 방치되게 되었다. 결국 모든 실험실은 이전처럼 외부인들에게 폐쇄하게 되었고, 기기의 공동 활용이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는 아마도 많은 연구소 및 대학에서 한 두 번은 겪어본 사례일 것입니다. 10～20년 전만 해도 이공계 국가지원 예산이 지금처럼 많이 주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예산으로 연구비를 충당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는 고가 장비들을 구비하기가 어려웠고 구입된 고가 장비들은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어렵게 구비한 고가 장비는 직급이 높은 관리자가 직접 관리, 감독하며, 그것을 사용하는 실험자들도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었습니다. 기계의 소유 의식보다는 당연히 함께 공동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기기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각 학과, 각 연구실에서 개별적으로 고가 장비를 구입,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필요이상의 중복 구입이 발생하게 되자 예산 절감 및 기기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각 실험실을 개방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서로가 조심해서 신중하게 잘 관리하면서 사용하면서 원활하게 잘 활용이 되는 듯 했으나 점차 기기의 고장이 잦아지고, 기기 고장으로 인한 불편함을 당해보면서 나만 사용하면 뒷일은 모르겠다는 식의 비윤리적인 행위들이 잦아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고가 장비 관리 책임자가 전문 관리자가 아닌 대학생이었다면 더더군다나 관리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자신의 실험을 하기도 바쁜 상황이라 수시로 기기를 관리, 감독할 수 없었을 것이고, 또한 사용자들도 일일이 보고하기 귀찮고 바쁘다는 이유로 기기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알리려거나 고치려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장을 낸 경우라도 고가 장비의 경우 수리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관계로 고장 낸 사람의 책임으로 물리기는 어렵다보니 기기를 사용하도록 내어준 연구실에서 그 비용을 모두 감당해야하니 좋은 취지로 시작한 실험실 개방을 더 이상 버텨내기가 힘들어 실험실을 다시 폐쇄하고 사용자를 제한하게 된 사례입니다.

많은 실험실과 연구기관에서는 고가 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싶지만 이러한 수리, 보수·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기 관리에 드는 비용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면 공동 기기 사용은 어려울 것입니다. 기기 관리 전문 책임자를 두거나, 담당 대학원생을 두더라도 관리비 명목으로 인건비를 지불해 책임감을 부여시키면 좀 더 원활하게 공동 기기 관리와 활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기 사용 시 고장이 유발될 경우를 대비해 수리비에 대한 방안도 미리 마련하여 고장 난 기기를 방치하는 사고를 줄여야만 고가기기의 공동 활용이 원활하게 잘 이뤄질 것이라 봅니다. 마지막으로 공동기기를 사용하는 실험자들은 반드시 장비윤리 의식을 갖고, 그것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